21일 이루어졌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여론의 반응이 뜨겁다.
정부 측에서는 최고의 회담이었다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질적으로 얻은것이 무엇이 있냐며 이를 비난하는 여론들 또한 심심치 않게 보이는 상황이다.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잘했다'라는 의견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은 결과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홍보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으며, 실속 없는 회담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최고의 회담이라고 자평하는 이번 정상회담이
실제로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삼성 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feat. 백신 스와프)
우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주목을 받았던 부분은 백신 스와프였을 것이다.
이미 삼성,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던 상황이었으며
투자를 대가로 백신을 받아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정상회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물론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하였고,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는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또한 반쪽짜리 체결에 불과하였다.
mRNA기술 이전을 통한 자체 생산능력으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DS(Drug Substance) 공정이 아닌
mRNA 원액을 들여와 이를 병입 하고, 포장하는 단순 DP(Drug Product) 공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DS공정에 비해 DP공정은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늘어난 매출만큼 이익이 크게 상승할지는
미지수이다. 더군다나 이미 주가가 상당히 많이 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백신 위탁생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 2주 전까지 주가가 급등을 한 상태였으나, 고점에 대한 부담으로
일부 상승분을 반납하고 정상회담 뒤 추가적인 하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2. 해외 원전 수주
미국과 함께 해외 원전 수주사업에 협력한다는 것 또한 훌륭한 성과로 보인다.
이미 해외 원전 수주 경험이 많은 미국이기에 함께 하게 된 것은 국내 원전업계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면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 숨어있다.
현재 국내 원전 업계의 해외진출에 대한 최대 관심국은 단연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2032년까지 원전 16기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약 200억 불(한화 약 22조) 규모의 발주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이는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유는 바로 이란에 있다.
중동의 패권을 쥐길 원하는 사우디에게 이란은 항상 눈엣가시이자 최대의 라이벌이다.
그와 동시에 이란이 미국과의 핵보유 조항을 어기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게 되며
사우디는 이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쳤다.
이란이 핵을 보유해 버린 이상 사우디의 입장에서 핵 보유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해외원조 수주에 관한 팩트시트를 살펴보면 수주 참여 시 거래 상대국이 IAEA 추가의정서 가입조건이 붙어있다.
사우디는 현재 미가입 상태이나 가입하게 된다면 사실상 IAEA에 무제한적 조사권을 넘겨주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란 견제에 대한 비밀리의 핵개발이 불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우디가 IAEA 추가의정서에 가입할 가능성은 낮게 예상되는 이유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은 애초에 탈원전 사업이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등을 언급하며 위험성과 환경적인 부분을 언급하였고, 출범 이후 실제로 탈원전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던 정부였는데 갑작스러운 해외 원전 수주사업 협의는 모순점이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받은 원전 업계 달래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SMR(소형모듈원전) 부문도 마찬가지다.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정부이기에
종종 SMR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SMR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하여 보완을 할 수 있는 소형원전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분산성을 필요로 하는 SMR의 특성상 전기 사용지 근처에 짓는 것이 중요시되는데
이는 수용성 또한 문제점으로 뽑힐 수 있다.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탈원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도심 근처에 소형원전을 세우자는 이야기가 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원전 수주 소식과 함께 시간 외 상한가를 기록하고, 다음날 엄청난 상승으로 장을 시작했던 비에이치아이 또한
상승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상승분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부에서 자화자찬하며 성과를 홍보한 것에 비해 실상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긍정적인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약 40년 동안 이어져온 미사일 지침이 종료된 것은 가장 좋은 성과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이에 우주항공 분야에 있어 큰 걸림돌이 제거된 상황이며,
국가보안에 있어서도 유연하고 한층 강화된 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미국의 의도가 분명하다.
중국에 대한 견제 능력을 키움으로써 중국을 압박하기 위함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은연중에 중국을 견제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으로 보아,
미국은 한국을 완벽한 아군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관적으로)
언론에서는 미일 정상회담 당시 일본 총리를 대했던 태도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대했던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친밀도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국내의 기술력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미국)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한미 관계가 훌륭하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주려는 연출로 느껴진다.
이를 증명하듯 중국이 회담에 대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서로서로의 눈치를 보는 외교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완벽하게 실패한 외교'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미국과의 친밀도와 동맹국으로 써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른 대접 또한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눈에 띄었으며
실질적으로 회담을 통해 우리가 얻은 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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