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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경제

플랫폼 업체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by 방구석베짱이 202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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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언론들은 배달의 민족과 카카오 T 등 플랫폼 업체 때리기에 한창이다. 요지는 이렇다. "수수료가 과도해서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모두 손해다!". 정말일까?

 

 

나쁜 택시기사들?!

택시 승차거부를 당해 본 적이 있는가? 소생은 있다. 때는 추석 명절 한 대도시의 버스 터미널 앞에서였다. 시각은 새벽 1시. 버스 터미널에서 집까지는 당시 택시 기본요금에 200원 정도만 더하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짐이 잔뜩 있는 상태에서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어서 택시를 잡기로 했다. 그렇게 터미널 앞에서 1시간을 택시 잡는 데 썼다. 택시기사들은 창문을 살짝 내리며 행선지를 물어봤는데, 내 목적지를 듣고는 그대로 창문을 올리고 줄행랑을 쳤다. 결국 마지막 택시를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택시기사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자, 이 이야기에서 욕할 대상은 누구일까. 혹시 택시기사들이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정답은 '아무도 욕할 수 없다'이다.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소생이 당연히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연료비, 노동의 가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연히 태우지 않는 게 맞다. 4000원짜리 승객과 10000원짜리 승객 중 하나를 고르라면 누구나 후자를 고를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합리적이었다. 소생이 불편을 겪었던 이유는 불친절하고 승차를 거부한 택시기사들 때문이 아니다.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택시라는 서비스 역시 여느 상업적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상호 납득할 만한 가격에서 합의되지 않는다면 거래는 불발된다. 택시 미터기에 찍히는 고정된 가격을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비자인 소생으로서는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고 공급자인 택시기사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때 카카오 T의 스마트 호출처럼 웃돈을 얹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금방 택시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플랫폼 업체의 역할

위의 사례와 같이 욕망 혹은 욕구를 가격으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거래 불발,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교류 곤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등장했다. 바로 카카오 T와 배달의 민족을 위시한 플랫폼 업체들이었다.

 

그들은 재화 및 서비스의 직접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공급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광고와 정보를 제공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불편을 덜 수 있도록 다양한 가격체계와 혜택 및 정보 등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플랫폼 업체들은 거래의 장()을 조성하고 관리하여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들은 수수료를 받아 챙기며, 이는 종국적으로 소비자들이 상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할 때의 가격에 전가된다. 여기서부터 오해가 발생한다. 수수료 부과와 가격의 상승은 숫자로 표현되어 사람들 눈에 명확히 인식된다. 이는 마치 공급자와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플랫폼 업체만 이득을 챙기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공급자들은 수수료를 뜯기고 소비자들은 같은 서비스에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와 공급자를 "착취"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첫째, 플랫폼 업체들이 공급자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지게 한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 치킨집이 예전에는 배달부를 직접 고용했다면, 그 임금은 일종의 고정비용이 되었을 것이다. 배달 주문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고용주인 치킨집 입장에서는 손해일 것이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주문건별로 유연하게 수수료를 지급한다면 훨씬 합리적인 방법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택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직접 손님이 있을 만한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면, 이제는 멀리서도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소비자가 모여있는 어플리케이션에서 광고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플랫폼 업체들은 공급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대가로 공급자들이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자들은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이러한 과정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을 계산하지 않은 채 플랫폼업체들을 욕한다.

 

동아일보 2021.08.03 기사 중 일부

동아일보 2021년 8월 3일자 기사 <배달음식점의 눈물... "매출 78%는 앱 수수료 등으로 사라져">는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플랫폼업체가 없었다면 15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했어야 했을 텐데, 아마 171만원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업체가 없었다면 따로 광고전단을 만들어 이곳저곳에 붙이는 일을 직접 했어야 했을 것이다. 저 업주는 그런 기회비용들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업주의 경영 실패를 플랫폼업체의 횡포로 둔갑시켜 버린다. 

 

둘째, 소비자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혹시 가게에 직접 전화주문을 하던 시절에 단골이 아닌 업체로부터 할인혜택을 받은 기억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쿠폰 10장을 모아야 간신히 한 번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매일 그리고 매주 다양한 업체로부터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배달완료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있고, 심지어는 실시간으로 배달부의 위치를 들여다볼 수 있다. 리뷰를 통해 가게나 택시기사 등 공급자를 평가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소비자 역시 이러한 서비스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머니투데이 2021년 8월 7일자 기사<카카오 택시, 타자마자 8800원?…"서민이 봉이냐">, 해럴드경제의 2021년 8월 6일자 기사<“금요일 밤 카카오택시 불렀다” 강남→신사 2㎞에 8500원?>, 조선비즈의 2021년 8월 6일자 기사<카카오가 80% 장악한 택시, 타기만 해도 8800원>는 소비자들이 플랫폼업체를 악으로 규정짓는 행위를 부추긴다. 그리고 엉뚱하게 독과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식으로 기사를 마무리한다.

 

 

독과점이 항상 잘못된 것이라는 어리석은 편견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플랫폼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장점들이 있기에 플랫폼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선택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위 '독과점'이 형성되었다면 그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한다. 플랫폼 업체들 역시 원래부터 대기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잠재적 경쟁자들에게서 그 지위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시장 내에서 매우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경쟁상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소니는 워크맨 시장에서 압도적 1등이었으나, CD와 MP3 등이 등장하면서 깔끔하게 무너졌다. '경쟁'은 한 시장 혹은 한 산업 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언론들이 흔히 사용하는 '독과점'이라는 단어는 엄밀히 따져보면 틀리게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플랫폼 업체에 대한 무지성 공격을 멈춰라!

언론들의 플랫폼 업체에 대한 공격은 자유경쟁과 시장경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인이야 어찌되었건, 언론에서 작성한 기사들은 대중들을 오도해 그들이 플랫폼 업체들에 이유 없는 공격을 퍼붓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편익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수수료와 가격 그리고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서만 기사를 쓴다. 부디 기업들에게 기업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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