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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경제

사랑의 심리학, 결혼의 경제학 1

by 방구석베짱이 202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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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진화심리학은 진화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양한 토대에서 비롯되었지만, 특히 유전학과 사회생물학이 이론을 만들어내고 현상을 설명하는 주요 도구이다. 이 진화심리학을 토대로 남녀의 결혼 및 그와 관련된 사랑 문제를 살펴보도록 한다.

 

출산-결혼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설명

남녀의 관계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려면 우선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설명을 알아야 한다. 임신 및 출산은 기본적으로 남녀가 섹스를 통해 반반씩 유전자를 아기에게 조합해서 부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10달 동안 임신 및 출산의 과정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으로 겪어야 하지만, 남성들은 정자를 방출하면 끝이다.

 

문제는 임신 및 출산 시 남녀 간 역할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성들은 자신의 배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기가 본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안다. 그러나 남성들은? 그것이 자신의 아이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다. 본인들의 몸으로 '직접'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이 다른 남성과 잠자리를 하고 낳은 아이라면?, 하고 의심이 드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저런 현상을 부계 불확실성이라고 부른다. 만약 난교를 하는 사회라면 이런 부계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남성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지만 불안하다. 이런 심리에서 결혼제도가 출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여성 족외혼'이다. 한마디로 여성들이 시집에 가서 생활하게 되는 형태를 말한다.

 

"여성에 대한 억압을 하는 권위적 남성과 가부장제의 시작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여성 족외혼', 그러니까 여성들이 시집에 와서 결혼 및 출산을 하게 되는 관습은 부계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여성들의 필요도 만족시킨다. 시집 식구들에 둘러싸인 여성은 여타 남성과 잠자리를 갖지 못하게 감시를 받지만, 한편으로는 부계 불확실성이 만연해져 모든 남성들이 임신·출산·육아의 책임을 방기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로써 아기가 탄생했을 때 남성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아이를 먹여 살리고, 교육하는 데 투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진화심리학에서는 MPI라고 한다.

 

인간은 여타 생물들과 달리 아주 긴 시간 동안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다. 물리적인 힘도, 지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육의 과정에서 부모의 투자가 중요한데, 여성족외혼은 여성과 남성의 투자를 모두 끌어낼 수 있는 제도였다.

 

그런 과정에서 여성들은 배우자 남성이 자식에 대한 투자를 확실히 해줄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여성들이 결혼을 할 때 남성의 외모보다는 능력, 경제적 배경, 집안 등을 살피게 되는 이유이다.

 

 

 

재밌는 것은 대부분의 인류사회가 여성 족외혼의 결혼 관습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또한 여성 족외혼이 주요한 결혼 관습인 사회에서는 이후에 여러 다양한 사회적·가치관적 변화를 거쳐 현재의 일부일처제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여전히 남성들에게는 부계 불확실성에 대한 잠재적 심리가 깔려있다. 도시괴담처럼 들려오는 '뻐꾸기'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다. '뻐꾸기'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뤄 아기를 낳았는데 사실은 아이의 생부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커뮤니티에서는 친자검사 역시 종종 그런 맥락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부계 불확실성이라는 심리적 기제 때문에 모계 혈연에 친밀감을 가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확인되었다(데이비드 버스의 책 '진화심리학'을 권함).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다. 식당에 들어가서 종업원 아주머니를 부를 때 뭐라고 부르는가? "고모님!"하고 부르면 어색하다. 대개 "이모님!"이라고 부른다. . 시집 식구들은 남자 형제의 자식에 대해서 덜 친밀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부계 불확실성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현대사회의 여성과 연애 및 결혼, 가족에 대해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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