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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Economic story)/다시 듣는 경제사

대기업과 독점 0-1. 2021년 국정감사와 동네북들

by 방구석베짱이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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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2021년의 국정감사에서도 국회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기업들을 불러세워다 혼쭐을 내주었다. 카카오의 김범수는 연신 사과를 거듭하며 "앞으로 이런 논란이 있을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했다. 그 외에도 야놀자 대표 등등 역시 불려와 무소불위의 국회의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신흥 기업들은 '아, 기업하기 어렵다'하고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기존의 재벌 대기업들이 국가 권력 앞에 무릎을 꿇던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체감했음이 분명하다. 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내가 뭘 잘못했지?'

 

출처 : 예천e희망뉴스

기업, 멍청하고 불쌍한 동네북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는 김범수 의장의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야놀자의 대표는 임원들이 목 좋은 곳에 숙박업소를 운영하며 이익을 보고 있다고 혼이 났다.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이전의 글에서 얘기했다시피 한국의 규제는 너무 엄격하다. 은행도 아닌 금융사에 규제를 하는 일은 한국만의 유일무이한 정책이다. 은행권과 금융권에 진출하고 있는 카카오의 의장 김범수가 이를 모를 것 같지는 않다. 규제의 촘촘한 그물망을 피하기 위해서 인재들을 영입하고, 국내외의 사례를 수없이 들여다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될 줄 알았다는 마음으로 투자했는데, 이렇게 얻어맞아 억울할 성싶다.

 

야놀자 역시 도대체 그게 무슨 잘못인가 싶을 것이다. 플랫폼을 넘어 숙박업소 실제 운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에 불과한데, 기존 숙박업소들을 못 살게 굴고 수수료나 거하게 떼먹는 천하의 나쁜 기업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기업들이 공격당하는 거의 대부분의 프레임은 '대기업' 혹은 '독과점'이다. 두 프레임의 공통분모는 결국 '착취'다. 대기업 혹은 독과점이 중소기업, 골목상권, 소비자 등등을 착취하기 때문에 나쁘다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해댄다.

 

정말 대기업이나 독과점이 누군가를 착취하는 구조일까?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자본주의는 악하고 그릇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시리즈를 통해 다루어보려 한다. 역사적으로 국내외의 어떤 기업들이 '착취'라는 프레임으로 공격당했으며, 실상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글이 될 것 같다.

 

굴복과 위선

다만 이 글에서 지적해두고자 하는 바는 기업들의 후속 대처가 너무나도 미련하다는 점이다. 항상 얻어맞고 나면 몸을 움츠리는 것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따위가 전부다. 언제까지 정치권과 관료들에게 무릎을 꿇을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을 내놓는 노조와 기업 삥이나 뜯어먹는 시민단체에게 굴복할 것인가.

 

죽어도 기업할 환경을 개척하고, 정당하고도 확실한 논리로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경제연구소나 언론 등에 투자하지 않는다. 알고도 그런다면 비겁하고, 모르고 그런다면 멍청할 뿐이다. 

 

기업 오너들의 위선도 문제다. 기업의 본질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용이 증진되고, 자본이 축적되며, 생산이 증가한다. 결국 핵심은 리스크 감수에 대한 결정과 그 책임을 누가 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 오너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해나가겠다'라든지, 우리 기업은 공동체 회의를 통해 결정하므로 오너는 회의의 '의장'에 불과하다든지 하는 위선을 떤다.

 

사회적 기업론은 기업이 어떻게 경제를 부흥시키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선의를 가지고 타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결과도 그런 것은 아니다. 자본을 축적하지 않고 여기저기 다 나눠줘 버리면 기술개발은 어떻게 하고 미래 먹거리는 누가 찾아 나설 것인가. 

 

'의장'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는 불리하면 기회를 봐서 책임을 전가하고 도망가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가 국감에 불려나온 '의장'이 책임전가 하고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 '의장'은 책임전가를 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업을 지배하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니까 더더욱 위선을 떨면 안 된다. 소위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어리숙하게 이용해먹지 말라는 이야기다. 국감에서도 봤듯이 그런 이야기를 할수록 스스로를 규제감옥에 가두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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