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임물 관리 및 심의의 역사
- 게임물에 대한 관리와 심의는 1984년 유기장업(業) 심의위원회에서 사행성 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90년대에는 개인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게임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 이와 같은 게임의 부흥과 함께 게임물을 심의하는 새로운 체계가 도입되었다.
- 영화 및 영상물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999년부터 게임물에 대한 심의를 하게 되었다.
- 이때부터 게임에 대한 심의는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을 검토한 후 이용가능 연령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 그러나 2006년 사행성게임인 바다이야기가 시중에서 게임머니를 실제 화폐로 환전할 수 있는 환전소와 함께 운영되고 정치적 사태로까지 번지면서 게임물 심의에 관한 강한 규제가 도입되었다.
- 그 결과 게임산업진흥법이 제정되었고,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물에 대한 심의 및 관리를 맡도록 하였다.
- 특히 이 법률은 등급분류에 관한 장에서 게임에 대한 국가의 사전심의를 의무화였다.
- 현재는 모바일 및 아케이드 게임과 PC·콘솔게임 중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이외의 PC·콘솔게임 등급 분류는 민간단체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 과거보다 업계 내 자율적인 규제로 바뀐 측면이 있지만, 민간단체여도 여전히 법에 규정된 등급분류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잡음이 많은 상태이다.
2. 게임산업진흥법의 등급분류 규제 형성과 규제의 실패
- 현재 특히 문제가 되는 규정은 게임산업진흥법 제21조 1항이다.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해당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위원회 또는 제21조의2제1항에 따라 지정을 받은 사업자로부터 그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 이 규제는 소비자 중 특히 청소년을 보호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 즉, 기업의 자율과 시장원리에 맡겨두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인 것이다.
- 이는 앞서 언급한 바다이야기 사태를 거치며 생성된 정치적 압박이 법에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또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만 시중에 유통이 가능하다는 의미로서, 일종의 포지티브규제라고 할 수 있다.
* 포지티브규제 : 법에 나열된 것만 가능
* 네거티브규제 : 법에 나열된 것만 불가능
- 해당 규제는 사회적 규제 중에서도 소비자안전 및 보호를 위한 규제이다.
- 소비자보호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에는 소비자주권론과 소비자보호론 두 가지가 있다.
- 이 규제는 후자에서 비롯되었다.
- 소비자보호론 관점은 기업은 이윤동기에 따라 행동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으며 정보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으므로, 정부가 위험한 물건 등의 생산·판매를 금지·제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앞서 언급한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에 규제를 만드는 관료 및 정치인들은 이러한 관점에 근거하여 규제를 만든 것이다.
감지된 편익 | |||
감지된 비용 | 넓음 | 좁음 | |
넓음 | 대중정치 | 고객정치 | |
좁음 | 기업가정치 | 이익집단정치 |
- 윌슨의 규제정치이론에 비추어 보면, 규제의 4가지 정치적 상황 중 기업가적 정치상황에 속한다.
- 규제를 도입하게 되면 비용은 게임산업에 속한 기업들에게 집중되고 편익은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용자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등에게 보다 폭넓게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 즉, 비용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편익은 광범위하게 분산되는 것이었다.
- 실제로 현행법에 따르면 등급분류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이들은 게임을 개발하여 판매하려는 쪽이다.
- 윌슨의 규제정치이론이 경제적 규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규제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함을 고려하면, 여타의 이론들보다 적합한 설명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규제가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소비자들에게도 불만의 원인이 되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 실패의 양상을 살펴보면 첫째로 인디게임 개발자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 1인 개발자 혹은 작은 규모의 개발사가 만든 인디게임도 유통 및 판매를 위해서는 등급분류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 이는 인디게임 개발자·개발사에게는 큰 시간적·금전적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 즉, 그러한 이들에게 사회적 규제가 진입제한 효과를 갖는 것이다.
- 이러한 이유로 심의과정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한국어 미지원 상태로 게임을 내는 경우도 있다.
- 다음으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역차별 문제이다.
- 밸브사(社)에서 운영하는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은 전 세계에서 개발된 게임이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통로이다.
- 그러나 외국법인인 이 플랫폼에 대하여는 규제 적용이 쉽지 않다.
- 스팀은 외국법인인데다가 유통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스팀에 등록된 외국게임들은 한국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가 가능하다.
- 물론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불법이지만, 한국 내 게임이용자들의 불만을 고려하여 현재 게임관리위원회 등이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나 한국의 게임 개발사와 한국에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법에 따라 획득한 회사들은 여지없이 현재의 규제를 따라야하기 때문에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즉,
-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 최근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스팀에도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하겠다며 나섰는데, 이에 따라 한국에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내려가는 게임이 발생할 수 있다.
- 한국어가 지원되는 게임이 불가하거나 아예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짐에 따라 한국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 줄어들면서 불만이 발생하게 되었다.
3. 규제실패의 원인
- 규제당국의 규제설계와 규제적용시 피규제자들의 불응 측면에서 실패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규제의 형성을 촉발한 사건은 바다이야기 사태이다.
- 따라서 규제는 위험한 게임물로부터 소비자 및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게임을 모두 심의하고, 통과되어 등급이 분류하는 것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여겼다.
- 이는 이 규제가 포지티브규제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 2006년 당시에는 지금만큼 유통되는 게임의 수와 종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스팀 플랫폼 하나만 하여도 등록된 게임수가 3만 개를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전심의를 실행하기가 어렵다.
- 또한 외국기업에서 개발한 게임에 대하여 실질적 규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 요약하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았고 또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게임업계의 현황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이러한 법 조항에 근거하여 규제를 설계하였기 때문에 국가기관 혹은 국가기관이 위탁한 곳에서는 심의에 필요한 비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특히 이러한 한국의 등급심의 비용과 행정절차 문제로 많은 불만이 있었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심의를 받기 위해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등 지나치게 법적인 요건을 요구한 것이다.
- 예를 들어 IARC(국제등급분류연합)의 심의 방식은 수수료가 무료이고 게임 등록 전 자체 설문만을 거치면 완료되지만, 한국의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각 단계별 심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따르기 어렵다.
- 이러한 상황에서 피규제자들의 규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였다.
- 규제가 존속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고 수단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자본력이 부족한 인디게임사는 물론이고 중소게임유통사들은 일주일에도 게임을 여러 개 심의 받는데, 같은 게임이어도 플랫폼(PC·모바일·PS4·Xbox·닌텐도 스위치 등)이 다를 경우 심의 수수료가 중복으로 책정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심지어는 위에서 서술하였듯이 심의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아 나선 경우도 발생하였다.
4. 규제의 개선방안
- 우선 규제의 정책목적에 적합한 수단 재검토가 필요하다.
- 국가 사전심의 의무화는 실질적으로 규제에 수반되는 비용들이 크기 때문이다.
- 따라서 사전 통제보다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 일단 자체 설문을 통해 게임을 등록하여 판매할 수 있게 한 뒤 사후 감독을 통해 설문결과와 어긋나는 게임콘텐츠를 제공하는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 예를 들어 현재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의 규정이 적용되어 자체설문을 통해 개발자나 배급사가 심의 기관에 돈을 내는 것이 아닌, 설문을 작성하면 자동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수수료는 없다.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부적절하고 설문결과와 어긋난 내용을 제공하고 있으면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한다.
- PC·콘솔 게임도 모바일게임처럼 IARC 규정을 적용하여 사후관리체제를 만드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 이미 유통된 게임들을 단순히 사후관리로 처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 이와 관련하여서는 AI 안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하여 먼저 컴퓨터에서 분석하도록 하고, 이후에 전문가 및 모니터링 요원들이 검토하여 문제가 되는 내용을 선별해 내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성은 게임 심의에 이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 이렇게 사후관리체제가 어느 정도 정비가 되고 적절한 감시·감독기법이 개발된 후에 민간단체에 게임물관리에 대한 업무를 이양해야 한다.
-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ESRB, 일본의 CERO처럼 순수 민간자율기관이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향하여야 한다.
- 위의 나라들이 민간자율기관의 형태로 규제를 하는 것은 결국 이 문제가 문화예술 및 표현의 자유와 직결되어 있고, 단순히 국가가 사전심의를 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 물론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경우도 등급분류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사전심의적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가 주체가 되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 이들 나라에서는 법령에 사전심의와 관련된 조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CERO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에 대해서는 소매점에서 취급하지 않는다.
- 따라서 개발자들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유인이 있다.
- 즉,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도 게임개발자들에게 그러한 자유를 허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고 적절한 사후관리체계를 도입하여 소비자에게까지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게임뷰, “[위클리 차이나] 중국 하이난성, 게임 심의에 인공지능 기술 적용 예정”
장성갑·이자영, 「게임등급심의제의 제도적 맥락 연구 –미국,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한국컴퓨터게임학회논문지, 2012.
뉴스포스트, “게임 등급분류 묶자니 ‘이용자반발’ 풀자니 ‘바다이야기’”
매일일보, “‘배틀그라운드’도 이것 통해 떴다는데…게임유통망 ‘스팀’ 부상”
THIS IS GAME, “[FAQ] 게임위와 스팀 미심의게임,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자”
IARC 홈페이지 <https://www.globalratings.com/how-iarc-works.aspx>
파이낸셜투데이 “매년 반복되는 게임 심의 잡음, 21대 국회선 달라질까”
THIS IS GAME,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하지 않은 스팀 게임 제재 나서”
최병선, 「정부규제론」
THIS IS GAME, “심의하자 vs 미적지근? 스팀 미심의게임을 둘러싼 게임위와 밸브의 10년 史”
국가법령정보센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신현두, 「게임 규제정책의 변화과정 분석: 게임심의정책의 변화과정을 중심으로」 ,한국공공관리학보 제31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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