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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Economic story)/다시 듣는 경제사

규제 실패 사례탐구 - 1. 도서정가제

by 방구석베짱이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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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IN

1. 도서정가제의 역사 및 도입

- 도서정가제는 2003년 처음 시행되어 4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행 제도에 이르렀다.

- 도서정가제가 규제하는 내용은 대상이 되는 책의 종류 범위, 간행 기간, 할인 범위에 관한 것이다.

- 2014년 법 개정으로 인하여 현재 대상이 되는 책의 범위는 실용서 및 초등 학습참고서를 포함한 모든 도서이다.

- 18개월 이내 및 경과 간행물 전부이고, 가격할인 10%이내에 간접할인 5%까지 더하여 총 15%내에서만 할인이 가능.

 

 

출처 : KBS1 TV

2. 도서정가제의 취지

도서정가제의 애초 취지는 출판물의 과도한 가격경쟁을 지양 및 지역 내 중소서점 활성화였다.

- 작가 및 저자의 수익을 보장하자는 취지도 있었다.

- 이러한 규제제도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특히 지역의 중소서점주들이 만든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의 이익집단들

- 찬성하는 쪽은 도서를 포함한 출판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의 산실이라는 논거를 세웠다.

- 공공도서관의 운영, 공교육에서의 독서교육, 도서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면제 등이 준공공재적 성격이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생각했다.

- 또한 온라인서점 등의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오프라인서점들의 폐업도 근거로 하였다.

- 도서정가제라는 규제는 결국 시장실패를 교정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도입된 것이었다.

- 시장실패라는 것은 책의 가격을 규제하지 않음으로써 온라인 및 대형 오프라인 서점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여 중소서점들이 폐업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 즉, 가격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독과점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3. 도서정가제 시행과 규제의 실패

- 규제의 형성에 특히 많은 관여를 한 것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도서정가제를 옹호하는 쪽이었다.

- 규제의 형성 측면을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 첫째는 윌슨의 규제정치이론이다.

  감지된 편익
감지된 비용   넓음 좁음
넓음 대중정치 고객정치
좁음 기업가정치 이익집단정치

 

- 윌슨의 규제정치이론에서 감지된 비용은 불특정 다수에게 분산되어 있으나 편익은 동질적 소수에게 귀속되는 상황을 고객정치 상황이라고 한다.

- 도서정가제도 이에 딱 맞아떨어지는데, 책 할인이 금지됨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책을 구매할 소비자들은 광범위하지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되었던 대상은 중소서점들이었다.

- 또한 고객정치 상황의 특성으로 규제의 수혜자는 잘 조직되어 있어서 규제기관의 정책결정 및 집행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측면이 있는데, 도서정가제의 수혜자들 역시 비록 단체들이 여럿이긴 하지만 분명히 조직을 가지고 행동했다.

- 고객정치 상황의 다른 특성으로는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품질 및 서비스의 수준을 높게 유지하고 무책임한 기업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한다. 도서정가제 옹호론자들 역시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조지 스티글러

- 둘째는 스티글러의 정부규제이론이다.

- 스티글러는 이익집단 정치이론의 관점에서 정부의 규제활동을 설명하였다.

- 그는 정부규제의 수요자는 정부규제로부터 편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익집단이라고 하였다.

- 또한 잘 조직화된 효율적 이익집단이 성공적인 수요자가 될 수 있으며, 그들은 편익의 대가로 투표 등을 통해 규제의 공급자들에게 보상과 유인을 제공한다고 하였다.

- 법안을 상정한 것이 2014 지방선거 전이었음을 감안하면, 당시 정부 및 정치인들은 도서정가제 옹호론자들과의 갈등을 회피하고 싶은 유인이 존재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이는 규제기관이 피규제자들에게 포획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규제기관의 포획이론)

- 옹호론자들은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며 규제를 지지하였지만 결국 사익추구와 연결되는 것이었다.

 

 

- 과연 도서정가제는 성공한 규제가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 이는 도서 및 출판업계의 계속되는 불황과 소비자의 변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2년간 대형 서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용한 금액은 개정전보다 0.6% 감소2953억 원이었다. 이용건수도 2015년에는 6.2% 증가하였다가 2016년에는 0.3%증가에 그쳐 미미한 성적을 거두었다.

-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경우에는 개정 후 2년간 이용금액과 이용건수 모두 감소하였다.

- 반면에 규제의 원인자로 지목되었던 온라인서점의 경우 도서정가제 개정 후 2(201412~201611) 간 사용된 금액은 총 1387억 원으로 제도 개정 전 2년 동안 사용된 금액(1266억 원)보다 9.6% 증가하였다.

- 규제의 목적이 유명무실해 진 것이다.

 

- 오프라인 서점의 불황은 2018년에까지 이어져 2017년 상반기에 비해 2018년 상반기에 매출액이 감소한 사업체가 76.3%에 달했다.

-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 변화가 있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2015년에 1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이 9.6이었음에 반해 2017년에는 8.7으로 하락하였다.

- 물론 이것이 도서정가제만의 영향은 아니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이 비싸다고 느낀 비율이 58.9%, 온라인 서점 이용이 증가하였다는 비율이 48.5%, 책을 빌려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비율이 52.0%임을 감안하면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 또한 위에서 언급한 오프라인 서점들의 매출 감소는 곧 소비자들의 구매 감소를 의미한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무료배송과 포인트 적립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서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4. 규제실패의 원인과 결과

- 규제실패의 원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 첫째로는 도서정가제의 규제가 특정 이익집단의 의견에 포획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2003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때, 출판 및 오프라인 서점업계와 그와 관련된 문화관광부, 다수의 정치인들만 찬성했다.

- 소비자, 공정위, ·오프 경영 대형서점, 온라인 업계는 반대이거나 적어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 이러한 구도는 2014년까지 유지되었다.

- 도서정가제 찬성 측은 그러한 규제가 자신들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시행 이후에는 전혀 이득이 되지 않았다.

 

- 다음으로 가격규제에 따른 부작용의 발생 때문에 실패하였다고 할 수 있다.

- 공급자가 책정한 각 책마다의 가격에서 할인을 제한함으로써 일종의 최저가격을 형성한 것이다.

- 그러나 직접적 가격규제가 결국 소비를 위축시켰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가격보다 최저가격을 높게 잡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 규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 현행 정가제 시행 이전에는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출판사 및 도매사로부터 사들인 책이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을 경우 보관비용 등의 부가적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해 판매함으로써 재고를 줄일 수 있었다. -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이러한 경영 대안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

 

 

5. 규제의 개선방안

- 도서정가제의 개선방안은 간단한 문제이다.

- 해당 규제를 완전히 없애면 지금과 같은 시장의 왜곡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 자유로운 시장의 메커니즘 안에서 경쟁을 통해 가격이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같은 혹은 적은 금액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선택을 받는 것이 당위론적으로도 옳고, 더하여 실제로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 또한 소비자는 가격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서점 및 출판사는 경영 대안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이유에서 도서정가제는 완전히 폐지할 필요가 있다.

 

- 특정 베스트셀러의 국가별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해보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가격 수준이 도서정가제가 없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높았다.

- KDI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국가별 고정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각국의 베스트셀러 성경가격과 미국의 도서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표준화하여 비교한 결과 도서정가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도서판매가격이 다소 높게 나타난다.

- 또한 Publishers Weekly2011년 보고서에 나타난 베스트셀러들의 국가별 평균판매가격을 살펴보아도 도서정가제가 유지되는 프랑스와 독일의 가격수준이 도서정가제가 없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높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도서정가제 폐지를 외치면 하면 중소서점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도서유통시스템을 무너뜨린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 그러나 중소서점의 몰락은 이미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부터 진행되었다.

- 2013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순수 서점 수는 1625개로 2011년 대비 127(7.2%) 줄었다.

- 뿐만 아니라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의 2013년 매출액도 2012년에 비해 3.7% 감소하였다.

- 즉, 중소서점뿐만 아니라 도서출판 관련 산업 자체가 몰락의 위기에 빠져있었다.

- 또한 중소서점의 몰락을 가속화한 것은 도서정가제였고, 이는 위에 제시한 중소서점의 매출액 감소에서 알 수 있다.

- 중소서점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 비가격경쟁, 즉 서비스 및 재화의 품질 등으로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뉴스페이퍼

- 이러한 움직임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독립서점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 독립서점은 소위 동네책방이라고 하는 곳들이 체험과 큐레이션에 집중하면서 발생한 형태이다.

- 독립출판물·그림책·반려동물·도시생활·뮤지션 등 특정 분야 도서 위주로 취급하는 등 서점 주인의 안목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큐레이션은 그 서점만의 콘텐츠, 즉 가장 강력한 차별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찾아오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시장 메커니즘이 잘 지켜질 수 있으려면 오히려 한국출판인회의 같은 조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 한국출판인회의는 법적 도서정가제 첫 시행 이전인 2000년에 이미 자율규제로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 이들은 당시에도 도서정가제를 위반하고 있는 도서공급업체에 책을 공급하지 않기로 결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 개인적으로 이는 자율규제를 가장한 가격카르텔이라고 생각한다.

- 가격카르텔은 2인 이상의 사업자가 가격산정방식의 설정을 통한 가격결정, 최저판매가격 설정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 한국출판인회의가 보였던 모습도 마찬가지의 특성을 가진다.

- 따라서 이들은 일종의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갖게 되는데, 사실 그들이 독점이윤을 얻게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 도서정가제와 국민들의 독서율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도서출판산업이 몰락하였고, 따라서 정가제를 찬성한 측의 이윤도 보장되지 않았다.

- 그렇기 때문에 규제되어야 할 것은 도서의 가격이 아니라 일종의 가격카르텔을 형성하려 하는 동시에 정치적 계산을 통해 규제를 생성시키는 이익집단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한겨레, “민음사·교보문고 적자도서·출판업계 위기 심화”, 2014.05.18.

KDI, 도서정가제와 도서소비자의 편익

중앙일보, “'도서정가제' 프랑스·독일은 하고 영·미는 안해, ?

최병선, 정부규제론

노컷뉴스, “도서정가제 개정 2, 온라인 서점 나홀로 '호황'"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8 출판산업 실태조사

마이크로밀엠브레인, 도서정가제 관련 인식조사

이혜영, 도서정가제 사례연구: 규제와 소비자 보호의 딜레마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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