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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경제

사랑의 심리학, 결혼의 경제학 2

by 방구석베짱이 202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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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소위 '설거지론'의 골자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이야기를 설파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자유연애-프리섹스 시대 도래로 인한 여성들의 성 개방성 증가, 불합리한 결혼 및 이혼제도 등등 가지각색의 답변이 나올 것이다. 여하튼 2021년 한국에서의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하는 설거지론자들의 이유를 종합해보면, '현재 2030 여성들의 결혼 전후 행동양식이 확연하게 다른 것에 덧붙여 관계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연애-결혼-가족이라는 문화를 이해하려면 역사와 경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달, 경제의 발전, 여성의 노동

인간사회는 축적을 통해 발전해왔다.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생산도구인 '자본재'가 필요한데, '자본재'를 진일보시키기 위해서는 지식·기술의 발달이 필수적이다. 신기하게도 인간은 교육을 통해 지식·기술의 전수와 축적이 가능했다. 지식과 기술이 계승되면서 자연스레 생산도구인 자본재가 맡는 역할의 범위나 성능도 약진하였다.

 

기술의 발달 및 자본재의 축적으로 인해 인간사회의 부(富) 역시 축적되어갔다. 점차 인간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들이 생산해내는 생산물의 부가가치가 높아졌다. 이러한 경제사적 맥락 안에서 여성들도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냉장고·세탁기·밥솥 등 온갖 기계들이 가사노동의 효율성을 높여주면서, 여성들은 더 이상 가사에 이전만큼의 노동력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시기를 기점으로, 여성들은 가사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200년이 지나고, 돈도 벌고 사회적 지위도 획득했는데 왜 여성들이 남성들과 차별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권운동이 시작되었다. 부당한 차별이 없는 평등사회, 같은 투표권을 가지는 민주사회로 가자는 요구였다. 재밌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한 사회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대략 3천불~1만불 사이의 1인당 GDP에 이를 때 일어난다는 점이다. 즉, 개개인이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었을 때 자유와 평등을 요구한다.

 

 

 

 

한국의 경우

알다시피 한국은 20세기 초반까지 세계경제에 편입되지 못했다. 비로소 나라를 갖고 경제활동을 하게 된 시기는 1948년 이후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경제의 발전·여성의 노동이라는 과정은 거의 같다.

 

60~70년대생 여성들은 사회진출의 포문을 열고 현재까지도 일하고 있다. 80년대생 이후의 여성들은 남성들과 엇비슷한 학력을 가지고 직업을 가지게 되며, 적어도 여성들이 출산하기 전까지는 남성들과 비슷한 커리어를 따라 돈을 번다.

 

여성들이 스스로 돈을 벌면서 이전처럼 남자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가 생겼고 실제로 여성들의 고위직 점유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여성들의 사회적 약진을 포함한 사회 상황의 변화로 이전의 대가족·시집살이·철저한 여성 족외혼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렇게 80년대생을 기점으로 남녀가 엇비슷한 사회진출을 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위에서도 말했듯 대가족·시집살이·철저한 여성 족외혼 관습은 약해졌고, 결혼연령도 남녀 동일하게 높아졌으며, 출산율이 감소했다. 이내 자유연애-프리섹스의 시대도 도래했다. 물론 7~80년대부터 자유연애-프리섹스가 존재했으나, 본격적으로 그런 '시대'에 진입한 것은 90년대 이후라고 하는 것이 맞는다.

 

*위와 같은 사회적 현상에는 단순히 여성의 지위 향상만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 아니며, 여성의 지위 향상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는 의미임*

 

 

 

이중적 역할의 요구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현상들은 선진국 혹은 선진국 진입 직전의 국가들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의 글에서 설명한 진화심리학 개념 MPI(배우자 남성의 여성과 아이에 대한 투자)의 영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생존 보장이 확실한 시대 혹은 공간에 산다면, 자손을 많이 낳아 '유전자 뒤섞기'를 해 생존율을 높일 필요가 없어진다. 거기에 더해 여성들이 배우자 남성 없이도 자손을 먹여살릴 수 있으므로 남성의 기존 성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다.

 

MPI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현대선진국 사회에서는 그래서 결혼이 유지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혼을 하지 않고 사실혼이나 동거에서 그칠 확률도 높아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경제·사회적으로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국의 연애-결혼-출산-가정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들이 경제적 활동을 하고 남성과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다. 대가족·시집살이·철저한 여성 족외혼 관습이 약해지고, 자유연애-프리섹스의 시대도 도래한다. 그렇지만 결혼할 때는 여전히 남성들의 비용 부담이 더 많다. 2020년에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녀 7:3으로 비용을 부담했다.(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는 배우자 남성이 여성과 아이에게 투자할 유인은 감소하지만 가정을 이룰 때 여전히 기존의 여성 족외혼이 철저하던 시기의 역할을 원한다. 실생활에서 예를 들어보면, 앞에서 언급한 결혼비용 부담의 문제라든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경우에도 남성이 가사노동에는 똑같은 정도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것 등이다.

 

연인-결혼관계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남성들이 "취업해서 돈은 같이 벌고, 2년의 군대 의무복무에서 제외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사회진출이 빠름에도 불구하고 왜 데이트비용이나 결혼비용을 남성들이 더 부담해야 되느냐", "왜 남자만 슈퍼맨이 되어야 하냐"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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